[책임준공 줄도산 시한폭탄](1)책임준공 리스크 100조원… 건설사 줄도산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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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6 05:00:20
건설산업 허리 시평 100위권 건설사들 잇단 회생절차 신청
한결 같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책임준공이 발목 잡아
16일부터 ‘책임준공 업무처리 모범규준’ 시행되지만
기존 100조원 규모 책임준공 리스크 잠재... 대책 시급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풍산건설부(189위)터 대흥건설(96위), 안강건설(138위)에 이르기까지 건설산업 허리를 지탱하는 시공능력평가 90~100위권의 건설사들이 줄줄이 올해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이 건설사들이 법인회생을 신청한 공통 키워드는 ‘책임준공’이다.
풍산건설은 동탄신도시 개발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자, 시행사의 채무 1700억원을 떠안을 위기에 놓였다.
충북 1위 대흥건설은 평창과 안산 등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으로 진행한 전국 각지 6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채무를 떠안게 되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안강건설도 마찬가지다. 83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 건설 채무상환 부담을 떠안으면서 법정관리로 직행했다.
미래 현금 흐름을 분석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기법이, 사실상 건설사 연대보증 상품으로 운영된 결과다. 건설사만 일방적으로 리스크를 부담해 도산 위기로 몰렸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는 16일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책임준공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제정해 시행키로 했다. 책임준공 연장의 사유를 다각화하고, 일정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한 사업장은 책임준공 의무를 면제하는 게 골자다.
건설사 부담이 줄어들 길이 열렸지만, 문제는 현존하는 PF 사업장들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주요 대형건설사 18곳의 책임준공 규모는 79조1000억원에 달한다. 중소형 건설사에게 수수료를 받고 책임준공 보증을 제공하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대출규모는 24조8000억원이다.
건설업계 전반에 100조가 넘는 책임준공 리스크가 잠재하고 있는데, 모범규준안의 소급적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범규준이 시행된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경우 100조원 규모의 책임준공 사업장에서 건설사 연쇄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에서조차 법인회생을 개시하면서 건설사 파산의 원인을 책임준공이라 진단했다.
지역 중견건설사들이 책임준공 리스크로 줄줄이 쓰러지면서,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과 생산 측면에서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건설사가 줄도산하면, 직접적 고용 감소는 물론 후방산업의 연쇄적 경영 악화를 야기해 실업률 상승,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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