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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연대보증 책임을?” 파산한 스타트업 대표 자택에 가압류 건 금융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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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기자

입력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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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7시 1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신한캐피탈이 경영난으로 파산한 스타트업의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에 투입한 투자금에 더해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벤처 투자 자체가 고수익·고위험 성격이 짙은 만큼 대표이사 개인의 과실이나 고의가 없는 상황에서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과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대표는 약정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에 투자한 원금 5억원에 연 15%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라는 취지다.

앞서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의 시리즈A 브릿지 라운드에 참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신세계아이앤씨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류하며 어반베이스는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시장 침체로 경영 상황이 악화했고, 결국 하 대표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재기를 도모했다.

상법상 기업회생 절차 신청에 대한 결의는 이사회 의결로도 가능하지만, 하 대표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시 주주 93.6%의 찬성을 받았다고 한다. 신한캐피탈은 주주총회에 불참한 것은 물론 서면으로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하 대표 측 설명이다. 이후 신한캐피탈은 돌연 투자 원금과 이자를 더한 11억8000만원을 반환하라는 지급 명령과 함께 하 대표가 거주 중인 자택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벤처 투자사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을 이자까지 더해 창업자 개인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벤처 투자 자체가 리스크를 동반한 고수익 투자인데, 신한캐피탈은 투자가 아닌 대출채권 추심을 하듯 원리금 상환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표 개인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물리는 일이 간혹 나왔지만,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경제 생활이 아예 막히게 되는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대표이사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만들어졌다. 지난 2023년 신설된 벤처 투자 계약상 연대보증 금지에 관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에는 ‘벤처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 계약에 따라 벤처투자조합이 투자한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선행 조건 미충족’, ‘진술과 보장 사항 거짓’, ‘투자금 사용 용도 위반’,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등을 예외적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신한캐피탈과 어반베이스가 체결한 투자 계약상 연대 책임 조항이다. 계약서에는 ‘발행인(어반베이스)이 상환 이익이 없는 등의 사유로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 채무자(하 대표)는 채권자(신한캐피탈)에게 투자 원금 및 투자 원금에 연 복리 15%를 가산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 대표 측은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연대보증이 아닌 연대책임이기 때문에 1차 채무자(어반베이스)의 책임이 2차 채무자(하 대표)에게 전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반베이스에 배당가능이익이 없기 때문에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환 의무가 2차 채무자에게 넘어오는 게 아니라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민법상 연대보증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못하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법인과 개인을 하나의 객체로 취급하는 것이다.

신한캐피탈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대로 상환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에서도 계약서 문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캐피탈은 당시 자기자본(PI)으로 어반베이스에 투자를 진행해 배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해당 규정은 벤처투자조합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 신한캐피탈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어반베이스에 투자한 18개 투자사 중 소송을 진행하는 곳은 신한캐피탈 한 곳뿐이다. 신한캐피탈과 같은 신기사이면서 신한캐피탈과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고, 같은 투자 계약서를 사용한 산은캐피탈은 어반베이스에 소송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시도하지 않았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계약서에 연대보증 또는 책임 조항을 삽입한 이유는 창업자의 과실 또는 고의로 인한 회생이나 파산, 청산이 진행될 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통 창업자의 횡령이나 배임 문제를 명분으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는 대출이 아니고 말 그대로 투자인데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붙여서 반환하라고 소송을 진행하는 건 너무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신한캐피탈 내부에서 투자 실패 사례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받아낼 수 있는 돈은 다 받아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향후 벤처 업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RCPS 인수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관련 투자금 반환 소송은 있지만, 고의나 과실이 없는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묻는 판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신한캐피탈이 승소한다면 향후 창업자들의 투자 유치 시도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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